인기 144번 째 쓰는 엄니 이야기_또 아들이 죽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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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3. 12. 15:26 유용한정보

또 아들이 죽는 꿈

(엄니 144)



‘노모는 이제 시한부 삶과 다름없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날부터 나는 쫓기듯이 조급한 마음이 되었다. 2~3년 전, 노모의 가는귀가 어두워졌을 때는 또 얼마나 당혹스러웠던가. 당신은 애써 태연한 척 담담히 받아들였으나 나는 점점 어머니를 잃어간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시력을 잃은 채 자식 앞에서 더듬거리는 노모가 안쓰럽게 떠오르곤 하였다.

젊은 날 사진을 찍었던 마을 형님이 아주 오래 된 흑백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형들이랑 찍은 사진인데, 빛이 바래 이목구비가 희미해졌지만 노모는 금세 알아보았다. 노모를 향한 자식의 눈과 귀는 흐릿해져 가도,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은 그런 것인가 싶었다.

오랜만에 노모가 소주 몇 잔을 드셨다.

곧 널찍한 새집으로 이사하는 동생이 당신 기분을 좋게 한 까닭이다.

대학도 못 간 막내아들이 성실하게 일하여 장만한 집이니 노모는 더없이 뿌듯한 눈치다. 부모나 형제들의 한 푼 도움 없이 젊은 날부터 오직 홀로 벌어 저축하여 마련한 집이라 대견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소주를 거푸 마다않고 드셨다.(나는 동생에게 일렀다. 비록 네 스스로 성실하게 벌어서 장만한 집이지만 모든 공로는 어머니께 돌리는 것이 아름다운 자식의 모습일 거라고.)

술잔을 드시다가 뜬금없는 꿈 이야기를 꺼내신다.

나흘 전 밤 내가 죽는 꿈을 꾸었단다. 그래서 나흘 동안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단다. 꿈속에서 내가 살아나서 십년감수하였지만 살아난 내가 시커멓고 비쩍 마른 모습이어서 그 악몽의 여운이 길었던 모양이다.

“꿈에서 제가 죽었으니 제가 오래 살겠네요.”라며 실없는 말을 꺼내놓고 보니‘나흘 동안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는 당신 말이 가슴을 쿵 쳤다.

아무리 꿈이었지만 얼마나 황망히 넋을 놓았을까. 또 얼마나 기진하였을까. 당신에게는 그런 악몽도 없었을 것이다. 자식 둘을 거푸 묻은 가슴인데 또 내가 죽은 꿈을 꾸었으니 나흘 동안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는 당신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다섯 살 딸, 마흔 살 남편, 사십 대 삼십 대의 아들과 딸을 잃으며 노모는 죽음의 트라우마를 빙의처럼 안게 되었다. 그래서 당신 몸이 다소 아프기만 해도 금세 흙빛이 되면서 기진해진다. 그 모습이 내게는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이야기 하면 비웃을까.

훗날 노모가 시골집 가까이 있는 아버지 산소 옆으로 가신다면, 나는 그곳에다 원두막처럼 조금 높다랗게 집을 지을 생각이다. 당신이 홀로 여행을 떠나 온전히 하늘로 오르는 데 외롭지 않도록, 두려움 없이 멀고 먼 안식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당신 곁을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거기는 터가 작아도 경관이 참 좋은 곳이다. 아침이면 건너뜸 바닷가 산 너머에서 맑고 깨끗한 해가 떠오른다. 서산으로 다 지도록 달 길이 훤히 보이는 곳이요, 윤슬이 찬란한 바닷물이 들고 나는 것도 보인다. 무엇보다 숲을 헤치는 바람소리를 영혼으로 들을 수 있다. 마을의 개 짖는 소리가 잠을 깊이 할 것이요, 새벽닭과 새들이 나를 새벽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산책하며 묵상하고 기도하는 삶, 성경을 읽고 독서와 글을 쓰며 하루를 보내는 삶, 그것이 내가 꿈꾸는 노년의 삶이기도 하다.

사정이 된다면 노모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집을 지을지 모른다.

그리고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주변을 가꾸며, 늘 그곳에서 어슬렁거릴 것이다. 나무처럼 나의 그림자를 심으며.(엄니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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